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허위 혼인신고’ 관련 판결문 입수 과정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적법한 절차에 따랐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현행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정렬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1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가사소송법 제10조(보도금지 조항)에 의하면, 가정법원에서 처리한 사건에 관해서는 본인이 누구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정도의 사실이나 사진을 신문, 잡지, 그 밖의 출판물에 게재하거나 방송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같은 법 제10조의 2(기록의 열람 등 조항)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재판 당사자나 (법률상)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여야 재판서의 정본‧등본‧초본의 발급을 요청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는 주장에 대해 이 전 판사는 “주광덕 의원이 아마도 인사청문회법을 들고 있는 것 같다”며 “인사청문회법 12조 1항에 위원회 의결이나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이 의결한 경우에는 해당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 제적의원 3분의 1은 이를 요구한 적이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미루어 짐작컨대 만약 위원회에서 의결했다면 위원회에서 이야기 했어야 하는데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단독으로 했다. (판결문은)위원회 차원이 아닌 개인적으로 얻은 것 같다”고 추측했다.

▲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서울 서초구 법률구조공단 파산지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강제 혼인신고, 여성비하적 발언 등 각종 논란에 대해 사죄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 전 판사는 TV<조선>의 관련 보도 시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인터넷 검색상)TV조선의 최초 보도는 6월15일 뉴스판에서 보도가 됐다”며 “그리고 주광덕 의원이 법원행정처에 판결문을 요구한 일시와 취득한 일시가 15일이다. 그리고 이 내용을 가지고 주 의원이 기자회견을 한 게 16일 11시”라고 되짚었다.

이 전 판사는 “16일 이전에는 주 의원이나 법원 쪽을 제외하고는 이 판결문을 가지고 있을 수 없다”며 “그런데 전날 7시반에 TV조선이 보도를 했다는 것은 이미 자료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의원이 기자회견 전에 <TV조선>에 먼저 넘겨줬을 수 있지 않나’라는 지적에 이 전 판사는 “그 과정 또한 문제”라며 “주 의원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TV조선에 먼저 자료를 준 것은 공공의 이익에 관련된 절차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검찰에서 관련 자료를 흘렸을 가능성에 대해 이 전 판사는 “그럴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시스템상 가사소송에 관한 판결서와 기록은 가정법원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꽤 높다”고 봤다.

이 전 판사는 “(판결문 유출에)사법부 내에 법원개혁문제에 저항감을 갖거나 현 정부에 반감을 가진 누군가가 관여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언론적폐와 법원적폐가 이번 사건의 원인이 된 게 아닌가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청와대 관계자도 <연합뉴스>에 “새 정부의 검찰 개혁 드라이브에 대해 조직적으로 저항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이 아닌가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이날 SNS를 통해 “어떠한 법적 절차를 거쳐 판결문을 입수했는지부터 밝혀져야 한다”며, 특히 “이 판결문의 당사자가 안 후보자임을 대놓고 언론에 밝혔으니 가사소송법 위반은 명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회의원은 면책특권을 향유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서 민사상, 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지만(헌법 제45조)개인의 사생활을 밝히는 것이 면책특권의 대상일 수는 없을 것 같다”며 “국회법은 국회의원이 타인의 사생활에 관하여 발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국회의원이라고 하더라도 면책특권을 무기로 개인의 사생활을 무차별적으로 폭로하는 관행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검찰의 수사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