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모든 의료기기 허용?…한의협, 정신 나간 거 아니냐”공분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대한한의사협회가 CT, MRI, 초음파, 내시경 등 모든 의료기기에 대한 한의사 사용권을 요구하자 의료계는 “정신 나간 거 아니냐”는 격한 반응을 보이며 공분하고 있다.

의료계는 한의학의 밑천을 스스로 드러냈다며 의료일원화를 넘어 한의학 퇴출운동까지 전개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신현영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15일 본지와 통화에서 “6년 동안 이론과 실습을 겸비하는 것에 이어 영상 판독만 하려고 해도 영상의학과 트레이닝을 추가로 받는다”며 “이런 것을 다 무시하고 한방에서도 배우니까 다 사용하게 해달라는 건 원칙과 논리에 맞지 않는다. 국민들이 원한다고 여론 작업을 하고 감정적으로 호소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신 대변인은 “의정부 화재 사건처럼 규제 완화로 부작용이 나타난 사례들이 있다. 보건의료, 건강, 환경 등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해서 국민들이 안전한 쪽으로 가야지 경제논리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도 했다.

의협은 오는 17일 각 시도의사회장, 대한의학회장, 대한개원의협의회장,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 대한전공의협의회장 등 모든 의료계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긴급연석회의를 열고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포함된 규제기요틴에 대한 대응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의협은 한의협의 주장에 대해 “원칙과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말로 일축했지만 협회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한의학 퇴출 운동을 전개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한방특위 유용상 위원장은 “한의협이 이렇게 후안무치로 나오면 우리는 한의학 폐기를 목표로 싸울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한의사들도 제도의 피해자라고 생각해서 가만히 있었지만 이제는 한의학 폐지 운동으로 확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위원장은 “의약분업은 실제로 이권다툼 성격이 있었지만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전 세계에서 통하는 지혜인 의학에 상처를 내는 것이므로 의약분업보다 수십배는 큰 문제”라며 “총력을 다해 한의학 퇴출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지역 의사회들도 모든 의료기기를 사용하게 해달라는 한의협의 요구에 분개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오는 24일 의약분업 재평가 및 선택분업 쟁취 토론회 이후 ‘규제 기요틴 성토 궐기대회’를 열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등에 대한 의료계 내 반대 움직임을 규합할 계획이다.

서울시의사회 임수흠 회장은 “한의협이 내시경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는데 정신 나간 거 아닌가 싶다”며 “상대방이 있는 문제인데 아무리 자기들의 주장을 하고 싶어도 정도껏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임 회장은 “보건복지부 항의 방문 시 한의약정책관을 만났는데 한의협에서 나온 사람처럼 이야기하더라”며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도 말하기에 의사들도 더 나은 치료를 위해 전문과를 만들고 하는데 한의대에서 몇 시간 배웠다고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 달라는 건 오히려 국민 건강을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의약분업 당시 의사들이 한달여간 파업을 했었는데 이번 사안은 그 때보다 더 크다. 의료계에 폭탄을 던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등 규제 기요틴 문제는 의사들이 공분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총궐기해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투쟁해야 한다. 일고의 가치도 없고 양보할 문제도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청남도의사회 송후빈 회장은 “그렇게 의사가 되고 싶으면 의대에 편입하라. 철학자가 무슨 자연과학 전공자 흉내를 내느냐”며 “의료일원화가 정답이다. 한방을 선택한 국민들만 보험료를 내고 이용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한의사들 스스로가 한의학을 부정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한방이 학문으로서 그 운명을 다 했다고 본다. 그러니까 의학에 기웃거리면서 흉내 내야만 살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자기 학문(한의학)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자기들 학문에 자부심을 갖고 한방적 이론에 맞게 의료기기를 만들면 누가 뭐라고 하느냐”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해부학 등 모든 이론이 의학과 다른 한의학에서 현대 의료기기를 쓰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자기 부정”이라며 “현대 의학 따라하기, 흉내 내기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하는 처절한 몸부림”이라고도 했다.

윤 회장은 “복지부가 직역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헌법재판소 판결 수준에서 안압측정기 정도만 허용하자는 애매한 자세를 취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국민들을 위해라도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며 “복지부는 줏대를 갖고, 청와대 눈치를 보지 말고 국민 건강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