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희정 지지한다는 제주청년 명단' 알고보니 조작

제주CBS 문준영 기자 2017. 3. 2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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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도용 청년들 사과 촉구..발표자측 "해결 방안 찾겠다"
안희정을 지지하는 제주지역 청년 1219명 명단. (사진=문준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제주지역 청년 1219명의 명단이 조작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명단을 도용당한 청년들은 불만을 표출하며 지지선언 발표자측에 사과를 촉구하고 있고, 지지선언 발표자측은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성재 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대학생위원장(27)은 지난 20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청년은 시대교체를 원하고, 이 땅의 청년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가 안희정"이라며 제주청년 1219명의 이름으로 된 지지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이 위원장이 발표한 기자회견문에는 '안희정을 지지하는 제주지역 청년 1219명'의 명단이 모두 공개됐다.

청년 1219명은 당 직책이나 직업, 나이 등은 배제된 채 단순하게 이름만 나열하는 식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CBS 노컷뉴스 취재결과, 명단 일부가 해당인의 동의가 무시된 채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공개한 명단에는 제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과 경상대학의 졸업생과 재학생 이름 등이 무더기 발견됐다.

안희정 지지 청년 명단에 이름이 올라간 송 모(28) 씨는 "매우 당황스럽다"며 "실제로 투표를 고민하며 민주당 경선을 신청했는데 전화나 메일, 문자도 없이 이름이 올라간 게 어이가 없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송 씨는 "실제로 안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이러한 보여주기식 홍보를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이름을 당장 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단에 올라간 오 모(26) 씨도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전 전화 등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며 "내 이름을 어떻게 알게 됐고, 내 정보를 어디서 가져왔는지 궁금하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송 씨와 오 씨는 지난 2015년부터 제주가 아닌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름을 도용당한 곽 모(28) 씨도 "굉장히 불쾌하다. 학생이었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도용됐던 것 같은데 이건 엄연한 불법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단에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군인과 공무원의 이름까지 포함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해당 군인은 상부에 '자신은 이름을 넣으라고 허용한 적이 없다'며 보고까지 했다.

제주대 사회과학대학을 졸업해 제주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양 모(27) 씨 또한 "연락조차 받은 적 없고, 심지어 중립을 지켜야 할 상황에서 굉장히 당황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성재 위원장은 이와 관련, 잘못을 인정하고 해당 군인에게 전화해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지난 20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안희정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를 외치고 있는 이성재 민주당 제주도당 대학생위원장 (사진=자료사진)
이 위원장에 따르면 1219명의 명단은 20명의 안희정 후보 지지자가 1인당 40여명의 이름을 수기로 작성한 뒤 문서로 작성됐다.

제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과 경상대학, 자연대학 등을 비롯해 제주한라대학교, 국제대학교, 관광대학교 학생 이름 등이 포함됐다.

이 위원장은 "명단은 일부 지지자가 함께 컴퓨터로 작성한 것이고, 전화번호와 서명 등을 받았다"고 말했다가 취재가 본격 시작되자 "서명을 받은 적이 없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또 "이름이 올라간 분들에 대해 명단을 빼거나 사과하거나 하는 방법 등을 고민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관행적으로 해온 부분에 대해 이해를 해 달라"고 덧붙인 이 씨는 오는 22일 제주에서 열리는 민주당 경선에서 안희정 대선 후보 참관인으로 나선다.

안희정 캠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청년을 가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위원장과 함께 지지선언에 나선 신 모 씨는 제주지역 안희정 캠프에 소속돼 있냐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저는 포함돼 있고, 이성재 위원장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희정 대선캠프 측은 "안희정 후보를 지지한 제주청년들은 자발적인 지지그룹으로 알고 있다. 그 분들이 우리와 연관을 갖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제주CBS 문준영 기자] jej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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