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에겐 1300만원 답지
참사 막은 사람은 치료비 걱정

통일콘서트 폭발물 막은 곽성준씨 화상 치료중... "충격에 당시 영상도 못봐"

등록 2014.12.15 20:56수정 2014.12.15 22:00
175
원고료로 응원
a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있는 성준형 ⓒ 조석원


자취방에 함께 사는 형이 얼굴과 귀, 목에 심한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습니다. 늘 '베짱이'처럼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던 밝고 낙천적인 느림보 형이었습니다. 이제부터 써내려가는 이야기는 그런 그가 수많은 사람들을 위험으로부터 구해낸 이야기입니다.

지난 10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린 '사제 폭발물 테러'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전북 익산 신동성당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전국순회 통일토크콘서트'에서, 익산 지역의 고등학생 A군이 신은미씨에게 "북한을 지상낙원이라 하지 않았느냐"며 사제 폭발물을 던졌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일하던 한 콘서트 스태프에 의해 끔찍한 참사를 겨우 면할 수 있었습니다. 참사를 막은 주인공은 지금 저와 같이 살고 있는 '곽성준' 형입니다. 객석 오른쪽 앞줄에서 갑작스럽게 뛰어나온 A군은 사제 폭발물에 불을 붙여 던졌습니다. 성준이형은 폭발물이 들어 있는 양은냄비를 자기 손으로 내리쳤고, 폭발물이 땅바닥에 떨어져 참사를 막았습니다.

이 일로 성준이형은 오른쪽 팔과 얼굴, 목 등에 화상을 입었고, 근처에 있던 이재봉 원광대 사회과학대 학장도 폭발물 파편에 맞아 화상을 입었습니다. 행사장에 있던 200여 명의 사람들은 급히 대피했으나, 폭발물에서 발생한 유독가스를 많이 마신 한 신부님이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습니다.

저도 행사를 준비하는 스태프로 콘서트에 참가했습니다. 행사 전에는 강당 중간에 가림막을 쳐 50명 가량이 앉을 수 있도록 준비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가하면서 가림막을 열어두었습니다. 덕분에 폭발물 테러가 벌어졌을 때 참가자들의 대피가 비교적 쉬울 수 있었습니다. 만약 가림막이 닫힌 상황이었다면 좁아진 통로 때문에 더 끔찍한 사태가 벌어졌을 것입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흐르는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테러범'을 두고 피해자를 압수수색... 비참한 현실

a

한 고3 학생이 신은미·황선 토크콘서트 현장에서 인화물질을 터트려 2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3명이 부상당했다. 사진은 인화물질 폭발 당시의 동영상 화면을 캡처한 것. ⓒ 주권방송


범행 전 "신은미 폭사당했다고 들리면 난 줄 알아라"라며 한 애니메이션 사이트에 글을 남긴 A군. 사제 폭발물을 만들어 사람을 죽이려 한 그에게는 반드시 법률이 정한 강력한 처벌이 내려져야 합니다. A군은 범행 하루 전 테러를 예고하는 게시물을 올렸으며, 치밀한 계획을 가지고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검거 이후에도 수갑을 차고 있는 사진을 찍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는 등 죄를 뉘우치는 기색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A군에 대한 철저한 수사에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특히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배후설이 제기되고 있는 지금, A군의 통화내역, 문자 메시지, 카카오톡, 이메일 등에 대한 압수수색 하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A군이 경찰서 안에서 유유히 수갑을 찬 사진을 올리고, 그가 인터넷에 올려둔 범행예고 글이 사라지는 동안 경찰은 그를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고도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A군에 대한 압수수색이 아니라 피해자인 신은미·황선씨에 대한 수사가 강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익산에 가 있어 집에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황선씨의 집을 압수수색한다든지, 소환통보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서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은미씨에 대해 출국정지 조치를 한다든지 하는 행위가 그것입니다.

심지어 익산경찰서는 수사 브리핑을 하면서 "신은미씨가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해서 폭탄을 던졌다"는 A군의 주장을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공안당국의 행위는 민주화 이후 전대미문의 사건인 테러 행위에 면죄부를 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게다가 극우세력들은 이런 엄청난 테러를 저지른 A군을 "의인"이라며 적극 옹호해 나서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 테러를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 폭탄 의거에 빗대 "의거"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A군에게 "열사" 칭호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독립신문> 대표 신혜식씨를 비롯한 일부 보수세력 사람들이 A군의 변호사비 마련 등을 위한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A군의 행동이 의로운 것이기 때문에 도와야 한다는 겁니다. 놀라운 것은 하루 만에 1300만 원이 넘는 돈이 모였다는 사실입니다. 일부 극우세력은 더 나아가 A군의 행동이 정당했다며 선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까지 했습니다.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극우세력들이 A군을 적극 옹호해 나선 것은 향후에도 비슷한 테러 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반사회적 행동입니다. 스스로 대한민국의 근간이라고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뿌리를 뒤흔드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200여 명 생명 구한 진짜 의인... "트라우마 남을까 걱정"

a

병원에 도착해 응급치료를 받은 직후의 성준형 모습. ⓒ 조석원

진짜 의인은 A군의 폭발물을 막은 곽성준형입니다. 저 역시 당시 행사에 참가한 사람으로서, 형이 폭발물을 막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형이 순간적으로 A군의 폭발물을 내리치지 않았다면 폭발물은 신은미·황선 두 분을 덮쳤을 것이고, 당시 목격한 폭발물의 화력 등을 생각할 때 대참사가 벌어졌을 것입니다.

그래서일 겁니다. 응급진료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온 형에게 신은미, 황선, 이재봉 교수님 등의 분들이 "정말 고맙다", "생명의 은인이다"라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저도 성준이형이 그날의 "의인",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은미·황선 두 사람뿐만 아니라 행사장에 있던 200여 명의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던 대참사를 막은 성준이형이 의인이 아니면 누가 의인이겠습니까? 저는 성준이형을 다치게 하고 사람들을 죽음의 위기에 빠트린 A군을 "의인"이라고 칭송하는 극우세력들의 모습에 너무 화가 납니다. A군은 "의인"이 아니라 테러범이고 범죄자일 뿐입니다.

성준이형은 현재 서울에 있는 한 병원에 입원해 화상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형은 지금 얼굴과 팔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상처를 입었습니다. 사고 당시 영상을 보려고 했는데 무서워서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이 자신에게 어떤 트라우마로 남을까봐 고민이라고 저에게 털어놓았습니다.

평소에는 서글서글하고 '베짱이'같이 느릿느릿한 형한테 어떻게 그런 빠른 몸짓이 숨어 있었을까 싶으면서도, 옷가지 등을 챙겨주기 위해 병원에 갈 때마다 오른팔과 얼굴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병원에서는 형의 귀 화상이 완치될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만약에 완쾌되지 않는다면 형은 거울을 볼 때마다 얼마나 더 마음의 고통을 느껴야 할까요?

성준이형은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 활동가입니다. 그러다 보니 치료비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형의 치료비와 변호사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분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의인"으로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A군이 아니라, 대참사를 막은 우리 성준이형입니다.

a

ⓒ 통일토크콘서트폭탄테러피해자모임


#신은미 #황선 #통일토크콘서트 #익산 #폭탄테러
댓글175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96,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땅의 평화와 민권에 관심 많은 청년 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