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개봉한 <다이빙벨>이 상영에 계속 고초를 겪고 있다.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단 1개의 스크린도 잡지 못한 데 이어, 이번에는 영화진흥위원회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에서의 상영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 관련기사 : <멀티플렉스에서는 볼 수 없는 흥행다큐 ‘다이빙벨’, 왜?> / <‘다이빙벨’ 거부 멀티플렉스, 공정거래법 상 차별이다>)

▲ 19일 기준으로 관객수 37000명을 돌파한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직접 운영하고, 프로그램 선택 및 홍보를 사단법인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시민모임은 지난달 23일 개봉해 첫 주 다양성 영화 개봉작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후, 꾸준한 입소문으로 3만 관객을 돌파한 <다이빙벨>의 인디플러스 개봉을 요청했다. 하지만 영진위는 “사건 진상이 여전히 규명 중이며 공적기금(영화발전기금)으로 운영되는 사업 특성상 상영 이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작품의 상영은 힘들다. 상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해 왔다.

영진위는 영상문화의 진흥 및 독립영화 제작 활성화를 위해 독립영화전용관을 운영하고 있다. 독립영화 개봉 상영 사업 집행도 영진위의 몫이다. 이는 영진위의 ‘독립영화전용관 관리규정’에도 나타나 있다. 시민모임을 비롯한 13개 영화단체는 20일 성명을 내어 “독립영화 개봉은 작품 선정에 대한 특별한 제한사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영화의 상영을 둘러싼 외부적인 요인을 이유로 들어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영진위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상영등급 분류를 받고 영진위의 독립영화 인정 심사에서 ‘독립영화’로 인정받은 영화를, 직영 중인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상영하지 못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며 “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 독립영화 인정 기준은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이슈 등 주류 영화산업에서 다루지 않는 주제들을 과감히 다루고 있는 영화’ 등으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영 이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자의적 판단으로 작품 상영을 미리 제한했다”며 “자신들의 이중성을 스스로 드러내는 형국이며 검열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영진위가 지난 2012년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을 다룬 <잼다큐 강정>의 상영을 불허해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점을 거론하며, “당시 위원장은 더 이상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으나 이에 대한 어떤 고민과 진전도 없었다는 것이 현재 <다이빙벨> 상영 불허 건에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디플러스에서의 <다이빙벨> 상영을 허가할 것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낼 것 등을 촉구했다.

이번 성명에는 독립영화전용관확대를위한시민모임·서울LGBT영화제·여성영화인모임·영상미디어센터미디액트·인디포럼작가회의·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한국독립영화협회·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한국영화감독조합·영화마케팅사협회·한국영화제작가협회·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13개 영화단체가 동참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다이빙벨>은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19일 기준)에 따르면 현재 37255명이 관람했고, 하루 21개 스크린에서 51번 상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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