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구글, 초저가 스마트폰 `안드로이드원`으로 인도시장 공략 본격화

[이슈분석] 구글, 초저가 스마트폰 `안드로이드원`으로 인도시장 공략 본격화

구글이 순정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적용한 레퍼런스 플랫폼 ‘안드로이드원’을 15일 인도 시장에 선보였다.

특히 인도 마이크로맥스, 스파이스, 카본 등 현지 제조사 3곳과 손잡고 단말기까지 출시하면서 저렴한 스마트폰을 찾는 인도 소비자들의 입맛에 적극 부응한다는 방침이다. 가격은 6399루피(약 11만원)다. 구글은 HTC, 레노버, 파나소닉, 퀄컴 등 파트너를 확대하고 연말까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안드로이드원 플랫폼을 적용한 스마트폰을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안드로이드원은 최소 사양의 레퍼런스 디자인을 갖고 있다. 이번에 출시되는 3개 제조사 제품 모두 4.5인치 845×480 해상도 디스플레이, 1기가바이트(GB)램, 1.3기가헤르츠(GHz) 미디어텍 쿼드 코어 프로세서, 5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200만 화소 전면 카메라, 4GB 저장 공간, 32GB까지 확장되는 외장 마이크로SD 카드, 듀얼 심카드 슬롯, FM 라디오 등의 기본 기능을 갖췄다. 안드로이드원 폰에는 순정 상태의 안드로이드 OS가 들어간다.

구글은 “전 세계 17억5000만명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만 50억명이 넘는 인구는 스마트폰이 없다”며 “라이브 비디오 채팅을 통해 가족들과 연결되는 일, 가까운 병원을 찾기 위해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일, 웹 검색을 사용하는 일과 같은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사할 것”이라고 안드로이드원 폰 출시 배경을 밝혔다.

◇저가폰 경쟁 아닌 ‘순정 안드로이드 보급’ 전쟁

안드로이드원의 인도 출시는 단지 안드로이드폰이 인도에서 출시된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안드로이드원이 인도에서 성공한다면, 해외 시장과 미국 내수 시장에서 구글이 앞으로 안드로이드폰 개발과 업데이트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원을 통해 지역 업체와 손잡고 순정 안드로이드폰에 가까운 제품을 평균적인 인도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에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구매하지 않은 인도 시장을 공략해 수백만명의 사용자를 안드로이드 생태계로 끌어들이는 것도 목표 중의 하나다. 이를 위해 가격대를 낮췄지만 구글의 본질적인 목표는 안드로이드원을 통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구글로부터 직접 받도록 시스템을 바꾸고 미국 등지에 만연해 있는 안드로이드 파편화 문제를 방지하는 것이다.

피차이 구글 안드로이드 담당 부사장은 “HTC나 에이수스, 레노버 등 대형 하드웨어 제조사도 역시 안드로이드원 진영에 참여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인도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필리핀, 남아시아 여러 국가 등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안드로이드원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기존 안드로이드폰의 경우 스마트폰 업체와 통신업체들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지연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개발도상국의 100달러짜리 안드로이드원은 고가 안드로이드폰보다 더 빨리 최신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는다.

게다가 밀접한 협력관계와 안드로이드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통해 기존에 사용자를 실망시켰던 업데이트 과정을 개선하고자 하는 구글의 의지를 엿볼 수도 있다.

◇구글, 애플처럼 ‘폐쇄형 플랫폼’으로 변할 가능성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안드로이드 실버 프로젝트이다. 공식 발표되지 않은 이 프로젝트는 구글이 제조사나 통신사와 보다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고 안드로이드 설치와 업데이트에 대해 구글이 좀 더 많은 통제권을 갖는다는 점이 안드로이드원과 유사하다.

구글은 이미 웨어러블 기기 전용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웨어’에서 이런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웨어는 스마트워치 제조사가 OS의 디자인과 동작을 변경할 수 있는 여지가 제한적이다. 구글은 이를 통해 사용자가 구 버전 안드로이드에 얽매이는 경우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글은 “기존 보급형 스마트폰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등에서 문제점이 있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글이 레퍼런스 하드웨어 디자인을 제공해 파트너 제조사의 부담을 덜고, 구글이 직접 안드로이드 OS 업데이트를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이 시장지배력을 위해 향후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AOSP)의 호환성을 낮춰 점차 폐쇄적으로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