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재명 성남시장

"정부예산 1조원 투입하면 50조원 빚 탕감 가능"

2015-08-19 16:02:12 게재

"기업에는 공적자금이라는 이름으로 수백조원 투자해 빚 탕감하는 면책이 있지만, 개인을 위해서는 그렇게 해준 적이 없다. 정부가 대기업만 살리려고 하지 말고 고통받는 서민의 삶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길 바란다."
이재명 성남시장(사진)은 서민들의 빚 탕감을 위해 중앙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장기연체 부실채권을 사서 소각하는 '빚 탕감 프로젝트'에 만약 정부가 예산 1조원 정도 투자한다면 50조원 이상의 빚을 탕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남시가 시민 성금을 모아 매입하는 채권은 소위 '좀비채권'이다. 채권자에게는 죽었지만 채무자에게는 살아 있는 채권을 말한다. 빚을 갚지 못해 채권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다보니 채권의 가치가 원금의 1~2%로 떨어진 채권이다. 이 시장은 "채무자들은 채권자들이 자꾸 쫓아 다니니까 취직도 못하고 가족과 같이 살지도 못하고 주민등록도 못한다"며 "이런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려는 것이 '빚탕감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복귀하면 노동인력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고, 그러면 국가도 이익"이라며 "사실상 재산가치가 없어진 채무자들에게 평생의 족쇄가 된 채무를 국가예산으로 매입해 소각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얼마 안되는 금액이지만 빚을 지고 있는 서민에게는 저승사자와도 같다"며 "악성 채권을 헐값에 사들여 파쇄하면 곱하기 50배의 효율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시장은 빚 탕감 프로젝트를 통해 개인은 새로운 회생의 길을 찾고, 산업계는 경제 소외계층의 경제활동 복귀로, 국가 전체적으로는 복지비용 절감 등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시장은 "성남시부터 종교계, 경제계 등 범사회적 연대를 통해 해결 불가능한 악성 빚으로 고통받는 시민들을 구제하고자 한다"며 "이 운동이 기업으로도 더 확산됐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승자독식의 사회에서 각자도생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 안타깝지만 국민이 행동하지 않으면 승자독식 구도는 더욱 단단해지고 공평한 기회도 가질 수 없게 된다"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그는 "콩알 줍듯 한명 한명 설득하고 바꿔나가면 나중엔 광주리 가득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한다"며 "기회가 살아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 데 함께 관심을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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