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군, 설악산 케이블카 보고서 입맛대로 짜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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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환경연구원 용역보고서에
유리한 내용 임의로 끼워넣어
우원식의원 “엉터리 보고서 재작성을”



설악산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강원도 양양군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케이블카 사업 경제성 검증 보고서를 자신들한테 유리하게 짜깁기하고 경제성을 부풀려 환경부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보면,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양양군의 요청으로 설악산 케이블카 경제성 검증 용역을 수행하고, 지난달 3일 18쪽짜리 보고서를 제출했다.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삭도 설치사업 경제성 검증’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사업의 개요 △분석 원칙 및 추정 방법 △경제성 분석 결과 등 3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고 경제성 검증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양양군이 열흘 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을 용역 수행기관으로 명시해 환경부에 제출한 같은 이름의 보고서는 △지역경제 파급 효과 △사회적 편익 △사회적 비용 등의 항목이 덧붙어 54쪽으로 부풀려져 있다. 이 보고서를 보면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사회적 편익’과 관련해 “국립공원의 삭도 설치는 국가적 위상을 제고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며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돼 있다. 보고서는 ‘사회적 비용’과 관련해서도 “수목 훼손 면적이 협소해 식생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 내용만 보면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타당성을 인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제성 분석과 무관한 이런 내용은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엔 없다.

양양군청 오색삭도추진단 관계자는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보내온 보고서에 강원발전연구원에서 작성한 사회적 편익 분석과 근거 자료 등을 첨부해 환경부에 제출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사회적 편익까지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검증해 긍정적 의견을 낸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지적에 “그 부분은 미처 살피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양군이 제출한 보고서는 또 케이블카와 기존 탐방로의 연계를 금지한 환경부 규정에 따라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 없는 하산객까지 이용자로 계산해 경제성을 부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고서는 2018년 오색지역 방문자를 65만127명으로 추정하고, 탑승률 31.61%를 적용해 케이블카 이용객을 20만5440명으로 추정했다. 양양군이 지난달 발표한 2013년 오색~대청봉 구간 탐방로 이용자가 등산객 9만여명, 하산객 39만여명인 점으로 미뤄볼 때 보고서에서 추정한 오색지역 방문자에는 하산객까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우원식 의원은 “양양군이 환경부에 제출한 보고서는 엉터리”라며 “사업 추진 결정에 앞서 사회적 비용과 환경성 분석, 경제성 검토가 다시 정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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