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민정수석 관련 의혹을 감찰 중인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SNS를 통해 특정 언론사 소속 기자에게 감찰 상황을 누설했다는 MBC 보도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특별감찰 흔들기’라는 관점에서 불법사찰 의혹까지 제기하는 등 한 목소리를 냈다.

조선일보 “MBC는 SNS 입수경위 밝혀라”

MBC는 지난 16일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한 기자에게 감찰 상황을 유출한 SNS를 입수했다고 단독보도했다. 특별감찰관법을 어겼다는 취지의 보도였다. 17일에는 “모 언론사 기자가 특별감찰관과의 전화 통화 내용이라며 회사에 보고한 것이 SNS를 통해 외부로 유출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공세를 이어오던 조선일보가 MBC 보도에 대해 ‘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하며 비판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MBC 보도에 대해 야당들은 일제히 우 수석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덮기 위한 '특별감찰관 흔들기'라며 '불법 사찰'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섰다”며 MBC의 SNS 입수 경로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수사기관이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 합법적인 감청 절차를 거쳐 입수한 SNS 내용을 MBC가 나중에 확보했을 가능성이다. 조선일보는 “합법적인 감청 대상이 되는 범죄의 종류는 내란죄나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 등으로 제한돼 있다. 이번 경우처럼 특별감찰관법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감청에 나섰을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는 이 특별감찰관 등 대화 당사자들이 대화 내용을 SNS를 통해 제3자 등에게 알려준 것을 나중에 MBC가 입수했을 가능성이다. 조선은 “이 경우 MBC의 보도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5면

세 번째는 누군가가 도청이나 해킹을 통해 문제가 된 SNS 내용을 불법으로 빼냈을 가능성이다. 조선일보는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가장 문제가 심각한 경우다. 불법 해킹 등을 통해 SNS 내용을 빼내고, 이를 MBC가 입수해 보도했다면 정보를 빼낸 개인·기관이나 이를 유포한 언론사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통비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의 대화를 녹음·청취하는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불법으로 얻은 SNS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사람도 똑같이 처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더 큰 문제는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특별감찰관 흔들기' 차원에서 국가기관이 불법 도청이나 해킹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이 사건은 정권의 운명이 걸린 초대형 스캔들로 번질 공산이 크다. 국가기관의 불법 사찰은 용납되지 않는 범죄 행위”라고 규정했다.

조선일보는 또한 MBC가 입수경로를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조선은 “MBC는 이틀째 관련 보도를 이어가면서도 정확한 입수 경위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는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SNS 내용이 당사자 동의 없이 유출된 것”이라며 “누군가가 해킹 등 방법으로 이 SNS 내용을 입수한 것이라면 SNS를 통해 숱한 대화를 주고받는 대다수 국민을 엄청난 불안으로 밀어넣는 게 된다. 따라서 '불법 사찰 및 특별감찰관 흔들기'라는 정치적 논란뿐 아니라 국민의 불안을 덜기 위해서라도 MBC가 즉각 입수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나아가 법조계 의견을 빌려 이 특별감찰관의 행동이 감찰 내용 누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MBC가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누설'이라고 보도한 부분들을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들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

MBC가 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대목은 ‘특별감찰활동이 19일이 만기’라는 대목, ‘우 수석이 계속 버티면 검찰이 조사하라고 넘기면 된다’는 부분, 감찰 대상을 ‘우 수석의 아들’과 ‘가족회사 정강’이라고 말했다는 부분 등 세 가지다. 조선일보는 “내용 대부분이 이미 언론 보도로 알려진 내용이거나 특별감찰관법에 특별감찰관의 업무로 정하고 있는 것이어서 처벌 대상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는 지방법원 한 부장판사의 말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오히려 특별감찰관이 그간 우병우 수석을 감찰하며 애로사항을 겪었다는 점도 보도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제가 알아본 결과, (우병우 민정수석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이 요구한 자료가 전혀 제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우 원내대표가 말하는 ‘자료’는 규정을 위반해 의경으로 입대한 뒤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의 운전병으로 선발돼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우 수석의 아들인 우아무개(24) 상경과 관련된 자료와 우 수석의 가족 회사인 ㈜정강 관련 자료를 뜻한다.

조선일보는 “경찰에 따르면 특별감찰관실은 감찰 개시 직후인 7월 말 30건의 자료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일주일 넘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며 제출을 미뤘다”며 “경찰은 특별감찰관실뿐 아니라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곧바로 자료 제출을 하지 않는 '뜸들이기'를 해왔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와 비슷한 한겨레, 조선일보와 다른 동아일보

한겨레도 MBC 보도에 대해 조선일보와 비슷한 관점을 취했다. 한겨레는 “이 감찰관과 대화를 나눈 기자 본인이 직접 유출한 것이 아니라면, 제기되는 가능성은 외부 해킹이다. 만약 대화가 오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감청했다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대화 내용을 누설한 쪽은 물론 공개한 쪽도 모두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이미 송수신이 끝난 대화 내용을 당사자 동의 없이 제3자가 누설했다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적용될 수 있다. 어떤 경우든 실정법 위반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 한겨레 1면
한겨레는 감찰 내용을 외부로 누설한 것이 법 위반이라는 MBC 보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한겨레는 “지난달 25일 우 수석에 대한 감찰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져 사실상 ‘공개 감찰’이 된 상태인데다, 이 감찰관이 언급한 감찰 대상도 당시 언론에 이미 보도된 내용이다. 이 감찰관의 대화 내용을 문제 삼으려면, 우 수석에 대한 특별감찰 사실을 언론에 알려준 행위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나아가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사퇴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되레 우 수석을 감찰 중인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흔드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이에 여권이 호응하는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MBC 보도 이후 친박계 이장우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누설 의혹이 사실이라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 아주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수언론인 동아일보는 조선, 한겨레와 다른 입장을 보였다. 동아일보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부적절 행보’”라는 단독 기사를 통해 “이석수 특별감찰관(53·사법연수원 18기·사진)이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감찰 내용과 진행 과정을 구체적으로 유출했을 뿐 아니라 감찰 착수 당시부터 우 수석의 사퇴를 전제로 한 감찰을 진행해 공정성을 훼손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MBC 보도에 힘을 보탰다.

동아일보는 17일 이 특별감찰관의 발언록을 입수했다며 이 감찰관이 특정 언론사 기자에게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우 수석) 아들인 (의경) 운전병 인사와 (우 수석 가족 기업인) 정강”이라고 적시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특별감찰관은 “다음 주부터는 본인과 가족에게 소명하라고 할 건데, 지금 ‘이게 감찰 대상이 되느냐’고 전부 이런 식으로 버틸 수 있다. 그런 식이면 우리도 수를 내야지. 우리야 그냥 검찰에 넘기면 된다. 검찰이 조사해 버리라고 넘기면 되는데. 저렇게 버틸 일인가”라고 적시했다. 그는 “경찰에 자료를 달라고 하면 하늘 쳐다보고 딴소리 한다”며 “경찰은 민정(수석) 눈치 보는 건데, 그거 한번 (기자) 애들 시켜서 어떻게 돼가나 좀 찔러 봐. 민정에서 목을 비틀어 놨는지 꼼짝도 못 한다”고도 했다.

동아일보는 또한 이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 사퇴를 염두에 둔 발언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고 전했다. 이 감찰관이 “우 수석이 아직 힘이 있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째려보면, 까라면 까니까. 그런데 뭘 믿고 (우 수석이) 버티는 건가…자기가 수석 자리에서 내려서면 막을 수 없을까 봐 저러는 건가”라고 말한 대목이나 우 수석 가족의 부동산 관련 자료를 보내겠다는 언론사 간부에게 “일단 좀 놔두자. 서로 내통까지 하는 걸로 돼서야 되겠느냐. 힘없는 놈이 기술을 쓰면 되치기 당한다. 조금 시간을 보자”고 말한 대목이 사례다.

동아일보는 이에 대해 “이런 발언들은 특별감찰관이 고위공직자의 비위 사실에 대한 조사라는 직무 범위를 넘어서 정치적인 판단까지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특별감찰관이 이 기회에 이름을 날려 야당 공천 받으려 하는지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정치권 일각의 이야기까지 전했다.

▲ 동아일보 6면

특검 꺼내든 더민주, 입 다문 새누리당

특별감찰관의 감찰이 흔들린다는 논란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은 특검 카드를 꺼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17일 비대위 회의에서 “우 수석 의혹을 검찰도, 특별감찰관도 제대로 파헤칠 수 없다면 특검 도입을 통해 규명해야 한다. 바로 여야 협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특검의) 명분은 특별감찰관의 우 수석 감찰이 청와대 방해로 무력화되고 있다는 판단”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을 재확인한 8·15 경축사, 8·16 개각 직후라는 점에서 보다 큰 겨냥점이 엿보인다. 임기말로 접어드는 박근혜 정부 독주의 상징으로 ‘우병우 거취’를 매김하며, 국정 견제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새로 취임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우 수석 거취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이 대표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개각에서 우 수석이 빠진 데 대해 “우 수석이 개각 대상이냐. 이번은 개각이니까…”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8·9 전당대회 과정에선 ‘선 진상규명 후 조치’에서 ‘사퇴’로 입장을 바꿨다가 당선 이후에는 아예 입을 닫고 있는 모양새다.

우 수석 거취문제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 ‘민심을 전달하겠다’던 이정현 대표 체제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경향은 “우 수석 문제가 ‘신밀월’로 표현되는 이정현 체제 당·청관계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평양 금수저’ 태영호 주영 공사 일가족 망명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태 공사는 주영 북한대사관 내 서열 2위로 남한에 망명한 북한 외교관 가운데 최고위급이다. 북한 체제를 선전하던 최고위급 외교관이 망명했다는 점이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긴급 브리핑에서 “최근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부인·자녀와 함께 대한민국에 입국했다”고 밝혔다. 자세한 입국 경위 등에 대해서는 “해당국과의 외교 문제와 당사자 신변안전 문제 때문에 상세하게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태 공사는 평양 ‘금수저’ 가문 출신이다. 중앙일보는 단독보도를 통해 “태영호 공사의 부인은 오혜선(50)으로, 북한군 총참모부 오금철(69) 부총참모장의 일가”라고 밝혔다. 오금철 일가는 북한에서 최고 특권층에 속하는 ‘항일 빨치산’ 가문으로 오금철은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이자 노동당 군사부장을 지낸 오백룡(1984년 사망)의 아들이다.

중앙일보는 “빨치산 가문이 탈북해 입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김정은의 공포정치와 대북제재 국면에서 빨치산 집안의 엘리트까지 체제에서 이탈하는 양상”이라는 대북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 중앙일보 1면
통일부가 밝히는 탈북 이유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이다. 정준희 대변인은 “김정은 체제에 대한 어떤 염증,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 핵심계층 사이에서 김정은 체제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북한 체제가 이미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지배계층 내부결속이 약화되고 있지 않으냐 하는 판단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북한 체제가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설명이다. 언론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고위급 엑소더스로 이어지고, 김정은 체제의 구심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국민일보는 “최근 계속되고 있는 북한 엘리트층의 이탈 추세가 점점 더 핵심부로 번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북한은 올 상반기 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김정은 시대’를 선포했지만 체제 불안과 공포정치 속에 외교관, 군 관계자, 해외 근로자 등이 잇달아 탈출하는 등 내부 결속 악화가 가시화되면서 북한 최고위층의 심기를 불편케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올해 5월 영국 재무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유럽연합(EU) 대북제재 리스트에 포함된 북한 국영보험사인 조선민족보험총회사(KNIC) 런던지사를 압수수색하면서 태 공사가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2005년 헬기 추락 사고와 수재 등을 이유로 이 보험회사를 이용해 약 600억 원의 외화를 보험금으로 챙겼다. 이곳이 폐쇄되면 유럽 금융 중심지인 영국에서의 북한의 외화벌이 활동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점에서 그의 고민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또한 “고강도 제재로 북한 대사관의 외부 활동이 극심하게 위축되는 가운데 본국의 잇단 압박 움직임이 부담감이 됐다”며 “북한의 핵실험 이후 유엔의 대북 제재로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활동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도 그의 탈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북한 체제를 지탱해 온 ‘엘리트’들마저 등을 돌릴 정도로 김정은 체제의 균열이 커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해석했다. 세계일보 역시 “북한 내 핵심 엘리트 계층으로 분류되는 고위급 해외 외교관의 탈북은 엘리트 그룹 내 심리적 동요가 확산하고 김정은 체제의 구심력이 흔들리는 방증”이라고 내다봤다.

▲ 세계일보 3면

선별적인 탈북자 공개, 대북제재의 효과 강조하기 위해?

뒤집어보자면 정부가 북한 체제의 허약성과 대북제재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고위급 탈북을 공개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겨레는 “정부가 17일 저녁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탈북 사실을 긴급 공개한 것은 ‘북한 체제 동요설’을 뒷받침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초 정부가 중국 북한식당 지배인·종업원의 이른바 ‘집단탈북’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사례도 있다. 한겨레는 “북한에서 엘리트나 상류층의 탈북이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을 지속해왔다”며 “‘북한의 핵심계층 사이에서 김정은 체제에 대해서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또 북한 체제가 이미 한계가 이르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는 이날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의 발언이 정부의 의도를 또렷이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실제 태영호 공사의 탈북 사실은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오전 10시 30분 정례 브리핑에서 태 공사 관련 질문을 받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도 앞서 16일 “탈북민 관련 제반사항은 탈북민의 신변 안전, 관련국과의 외교 문제 등을 감안해 구체사항을 밝히지 않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일부 브리핑 후 8시간30분 만에 통일부의 입장이 태 공사의 탈북을 공식 확인해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동아일보는 “태도가 돌아선 데에는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최근 상황이 유동적이어서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련 부처 회의가 상시 열리고 있다”는 다른 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다른 의사결정 과정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 동아일보 3면
동아일보는 “정부가 입맛에 맞는 탈북자만 선별적으로 공개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발표는 이날까지 ‘노코멘트’로 일관하며 태 공사의 망명 사실에 대한 공식 확인을 거부한 영국 정부의 태도와도 대비된다”며 “태 공사의 망명일, 한국 입국일은 물론 동행 가족의 수도 공개하지 않아 정부가 ‘북한 고위 외교관 탈북’이라는 발표에만 초점을 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강조했다.

대북제재가 직접적으로 탈북으로 이어졌다는 정부의 해석이 성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겨레는 “탈북자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정부가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탈북자들이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대기 중이고 보통 절차에 빨라야 한 달 정도가 걸리는데, 대사관이 절차를 더 빨리 앞당기면 숫자를 늘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최소한 작년이나 재작년에 나온 경우가 많은데, 제재 효과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탈북단체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다음은 18일자 아침종합신문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탈북 북 고위 외교관 태영호 일가족 입국>
국민일보 <北 외교 최전선 ‘붕괴’…駐英 공사, 한국 망명>
동아일보 <‘김정은 선전맨’이 넘어왔다>
서울신문 <北 태영호 駐英공사 가족 동반 귀순>
세계일보 <태영호 주영 북 공사 가족과 함께 귀순>
중앙일보 <북 빨치산 가문 첫 귀순>
한겨레 <우병우 감찰 종료 코앞 특별감찰관 흔들기>
한국일보 <駐英 북한 공사 태영호, 가족과 함께 귀순>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