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검사 출신 황교안 총리의 ‘빗나간 애국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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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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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황총리 지시로 공무원 선발기준 ‘민주성’ 빼고 ‘애국심’ 넣어
야당·공무원노조 “사상검증 의도…정책 비판에 재갈 우려”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의 공직가치 조항에 인사혁신처의 원안과 달리 민주성·다양성·공익성 등을 삭제하고 애국심 등만 넣은 것은 황교안 국무총리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원안에서 변경된 개정안을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올릴 계획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은 때마다 공직자의 애국심을 강조해왔고 황 총리도 이에 발맞춰왔다. 이 법안은 앞으로 행정고시 등 모든 공무원시험에서 애국심을 핵심 평가기준으로 활용할 법적 근거가 될 뿐만 아니라 현직 공무원들한테도 승진·보직 등 인사관리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커 반발을 사고 있다. 사상검증의 수단으로 쓰일 경우 헌법상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고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을 억압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관련기사: ‘공무원 선발 기준’ 민주성·공익성 빼고, 애국심만 넣었다)

<한겨레> 취재 결과, 황 총리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에 신설된 공직가치 조항을 재검토하라고 지난 11일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올해 2차 국무회의 하루 전날이었다. 황 총리는 공직가치를 ‘애국심·민주성·청렴성·도덕성·책임성·투명성·공정성·공익성·다양성 등’으로 규정한 부분을 지목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황 총리의 재검토 지시가 나오자 인사혁신처는 11일 오전 이 개정안이 다음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다는 보도자료까지 뿌렸다가 오후에 취소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공식적, 비공식적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무회의에 올라간 원안은 인사혁신처의 원안이었다. 법제처는 법안 심사를 거쳐 5일 황 총리한테 인사혁신처의 원안 그대로 전달했고, 7일 차관회의에서도 개정안은 통과됐다. 법제처 관계자는 “심사 과정에서 수정된 것은 없다. 공직가치 9개가 모두 들어 있는 안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황 총리의 11일 지시 이후 인사혁신처는 민주성, 다양성, 공익성 등을 삭제하는 작업에 나섰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윗선의 문제제기와 지시가 있어서 내부 논의를 거쳐 애국심 등 3개 가치만 남겼다”고 말했다. 이렇게 수정된 개정안은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황 총리의 공직가치 수정 지시는 애국심을 강조해온 박 대통령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올리는 게 좋겠다는 판단도 있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주재한 19일 국무회의에 이 개정안을 상정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9일 국무회의는, 박 대통령의 새해 대국민담화·기자회견(13일) 이후 첫 국무회의여서 담화 관련 후속조처의 실행 계획을 중심으로 회의가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국민이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 할 때 나라가 발전하는 것이고 또 공직에 있는 우리는 더욱 그래야 한다”고 말하는 등 애국심을 유독 강조해왔다. 대선 후보 때도 “통(합)진(보)당 의원들 중 애국가 부르기를 거부하는 의원이 있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장관으로 통합진보당 해산에 앞장서는 한편 총리 후보자로 검사 임관식에 참석해 “나라 사랑의 출발은 애국가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야당과 공무원 노조는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정부가 공무원 조직을 더욱 획일화시켜 폐쇄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애국심이라는 말로 포장해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공무원을 걸러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도 논평을 내어 “애국심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민주국가의 공무원법에 적시한다는 것 자체가 퇴행이다. 공직자의 역사관과 사상을 제 입맛에 맞추어 재단하려는 반헌법적 망동”이라고 비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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