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지옥'이지만 SNS에선 '천국'일 수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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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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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통해 하루 평균 1.46회 인증, 평범한 일상도 특별하게 담아내고자 하는 20대 욕구 반영…20대 10명중 8명, 타인의 인정 통해 자존감 높아진다고 느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우리 삶의 빼놓을 수 없는 소통의 창구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대 전문 연구기관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대한민국 20대 남녀 4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대의 인정욕구에 대한 인식 및 실태 조사 리포트’를 발간했다.

조사결과 20대 4명 중 1명(25.6%)는 SNS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을 즐기고 있으며, 이를 위해 남들과 다른 인증 사진을 찍으려 노력하고 있는 것(25.4%)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20대는 자신의 SNS 계정에 하루 평균 1.46회 인증 행위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평균 인증하는 횟수는 남자(1.28회)보다 여자(1.63회)가, 대학생(1.36회)보다 직장인(1.78회)이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NS 인증, 女 > 男…직장인 > 대학생

20대가 인증 행위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추억을 쌓기 위한 것(41.5%)이라고 응답했다. 20대에게 인증 행위란 타인이 볼 수 있는 공간에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기록하고 추억하는 일기와 유사한 행위로 분석된다.

20대들은 가장 인증하고 싶은 상황으로 생일, 기념일 등 특별한 순간(62.2%)과 분위기 좋은 장소에 왔을 때(60.7%)와 같이 일상 속 아름다운 시간을 꼽았다. 실제로 20대들이 가장 많이 인증하고 있는 분야는 남성의 경우 여행·레저(28.3%), 여성은 음식·디저트(25.2%)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된 취업난과 팍팍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 보여지는 SNS에서만큼은 일상을 아름답게 담아내고자 하는 20대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다.

◆타인에게 자신을 노출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 작용

20대들이 SNS를 통한 인증 행위를 즐기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20대가 SNS를 통해 타인에게 자신을 노출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주변 사람들의 인정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동기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20대 10명 중 8명(77.1%)은 사람들의 인정을 통해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응답했다.

20대가 가장 인정받고 싶어하는 상대는 주로 시간을 함께 보내는 또래친구(36.6%), 본인(27.3%) 순으로 나타났다. 인정받는 상황별 만족감의 경우 친구들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87.3%) 가장 만족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과제 및 업무가 높은 점수를 받았을 때(85.4%)가 뒤를 이었다.

이와 함께 20대들은 ‘인정’의 의미를 상대의 능력과 성과에 대한 순수한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20대가 가장 인정받고 싶어하는 분야는 학업 및 업무 등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성과(25.5%)로 나타났다.

◆20대는 '인정세대'

하지만 실제로 가장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는 분야는 성격(54.9%)이나 대인관계(53.7%)와 같이 개인적 생활에 관련된 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20대 2명 중 1명(45.9%)은 우리 사회가 인정에 관대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임희수 대학내일20대연구소 연구원은 “자신의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도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지닌 ’인정세대’가 20대를 대표하는 새로운 키워드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번 보고서가 모바일 시대를 맞아 ‘인증’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통해 인정받고자 하는 20대의 욕구와 그들의 다양한 인증 행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20대들의 인정욕구에 대한 인식과 인증 실태를 알아보고자 기획된 이번 리포트는 지난달 6일부터 10일까지 약 5일간 전국의 20대 남녀 대학생 41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됐다.

한편 익명성을 담보하는 SNS와 커뮤니티의 제보 글은 부조리를 공론화하고 바로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미확인 사실은 갈등을 조장하거나 피해자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실제 최근 모 대학 A 교수는 학내 커뮤니티에 올라온 성차별 논란 발언 글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글쓴이는 "수업 시간에 A 교수님이 3가지 소원을 꼭 정하라고 말해 한 여학생이 취업 얘기를 꺼내니 '취업은 무슨, 일하느라 아이 망치지 말고 남자가 벌어오는 돈으로 집에서 애나 봐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커뮤니티 다른 회원들도 "교수님이 정말 나쁘다.",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함부로 해선 안 되는 말이 아니냐"며 거들었다.

◆주목받기 위해 SNS에 허위사실 유포하는 경우도 있어

해당 교수는 "수업 시간에 유대인 얘기가 나와 유대인 여성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휴직을 하고 육아에 신경을 쓴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학생들이 오해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다음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사과까지 했다. 사실확인 결과 학생이 오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수업을 들었던 다른 학생들은 "교수님 말씀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주로 1학년이 듣는 교양수업에 4학년 여학생이 들어왔는데 수업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하니 짜증이 나 글을 올린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전문가들은 SNS를 마케팅 도구로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잘 활용하는 방법'도 가르치는 윤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익명성이 보장돼 자유롭게 의사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주목을 받기 위해 책임 없이 표현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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