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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안 슬픈데 이상해?"..'공감 교육' 없는 사회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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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 2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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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안 슬픈데 이상해?"..'공감 교육' 없는 사회의 비극


# A씨(34)는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힘내, 조금만 더 살아줘'와 같은 메시지를 보면 '호들갑을 떤다'는 생각을 한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노란 리본도 무슨 소용인가 싶다. 희생자들이 안타깝긴 하지만 세상엔 이보다 더 불쌍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까지 든다. A씨는 주변사람들에 비해 지극히 덤덤하고 차가운 자신의 모습에 "내가 이상한 건가"라고 되묻게 됐다.



# B씨(27)는 페이스북에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비이성적"이라는 취지의 글을 썼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일부 친구들은 관계를 끊으며 절교를 선언했다. "고통받고 있는 희생자들을 모욕했다"는 말까지 들었다. B씨는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집단적 감정을 강요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B씨는 여전히 '누군가는 정신차리고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성적인 것과 냉정한 것은 구분돼야"

세월호 참사로 온국민이 슬픔에 잠겼다. "잠시 웃는 것도 죄스럽다"고 말할 정도로 희생자와 그 가족의 아픔에 공감하는 이가 많다. 경기도 안산에 마련된 임시합동분향소에는 사흘만에 추모객 4만여명이 다녀갔다, 수학여행을 떠났다 희생된 고등학생들 영정 앞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인 어른들이 많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집단의 감정을 모두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항변한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의견이 '몰인정'으로 매도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안타깝긴 하지만 내 일처럼 슬프진 않다"는 말부터 "희생자 가족들의 감정적 대응이 과하다"는 시선까지 모두 '다양한 의견'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이성적인 것'과 '냉정한 것'은 구분된다고 설명한다. 이성적인 판단은 '공감'을 바탕으로 하지만 '냉정'에는 공감이 배제돼 있다는 뜻이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들에게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라고 말하는 것은 이성적인 게 아니라 냉정한 것"이라며 "냉정한 이야기를 이성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조차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이성적'인 자세는 상대방의 아픔에는 공감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뜻한다고 전 교수는 말했다. 이와 달리 타인의 아픔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몰인정한 것'일 수 있다.

전 교수는 "부정적인 사건이 있을 때 피해자에게 공감하고 아픔을 같이 느끼는 것은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며 "동시에 문제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도 고민한다면 차가운 의사결정을 한다고 해도 비난받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교육이 사라진 사회"

'공감'이란 일반적으로 '함께 느끼는 것'을 뜻한다. 어떤 대상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감정을 느낄 때 발생한다.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목격하는 순간 정서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공감이다. 타인의 감정을 정확히 '자각'하거나 그의 정서적 경험을 '이해하는 기술'로 풀이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서 점차 '공감 능력'이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18일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아들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다른 국가와 달리…(한국)국민이 미개하다"고 써 공분을 샀다. 천안함 사건 당시 조현오 경찰청장은 희생장병의 유족을 두고 "짐승처럼 울부짖는다"는 실언을 해 홍역을 치렀다.

강선덕 심리치료사는 "공감능력 상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만든 병폐"라며 "타인과 온전히 감정을 나눌 수 없어 마음이 공감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공감능력장애는 자기중심적 공감방법을 사용해 부정적이고 자극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세계에서도 드물게 '도덕교육'을 하고 있지만 도덕적 판단과 행위 사이 간극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도덕지수와 청렴지수는 청소년 시기부터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공감능력의 결여'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침투한 입시위주의 경쟁 앞에 '공감'은 거추장스러운 것이 됐다. 부모들은 남을 밟고 일어서라는 이기심을 자녀의 마음에 심는다. 아이들은 협동이나 배려보다는 '내것 챙기기'에 익숙해 진다. 이는 남의 아픔이나 어려움을 그저 '무능'으로 치부해 버리는 결과로 나타난다.

타인의 입장을 생각해보는 교육이나 능력이 우리사회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지 부모와 자녀 모두 되돌아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특히 어린 학생들부터 비뚤어진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지를 배워야 한다"며 "가정과 학교에서의 공감교육은 이제 필수가 됐다"고 의견을 전했다.

 

http://media.daum.net/issue/627/newsview?issueId=627&newsid=2014042605180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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