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1월 세계 최초 8K 3D 영상 공개… 실감영상 주도권 역전 우려

오는 11월 세계 최초 ‘8K(7680×4320) 3차원(3D)’ 실사영상이 일본에서 공개된다.

연구 단계에 머물렀던 8K 3D가 실현되면서 향후 8K 실감영상 분야에서 일본의 입지 구축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8K는 의학과 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8K 정책방향 논의조차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지난 9월 IFA 2014 LG전자 부스에 전시된 LG전자 98인치 8K 울트라HD(UHD) TV를 LG전자 모델이 가리키고 있다. <사진=LG전자>
지난 9월 IFA 2014 LG전자 부스에 전시된 LG전자 98인치 8K 울트라HD(UHD) TV를 LG전자 모델이 가리키고 있다. <사진=LG전자>

12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NHK 산하 ‘NHK 미디어 테크놀로지’는 11월 국제방송기기전(인터비) 기간 중 창립 30주년 기념 기술전을 열고 세계 최초 8K 3D 실사영상 ‘WISH’를 공개한다. 피에로와 소녀의 신비한 세계를 그린 4분 분량의 단편물이다. NHK는 영상 제작을 위해 25년간 축적한 3D 기술을 총동원하고 기존 3D 장비를 8K에 맞게 개조했다고 설명했다. 22.2채널 입체음향도 구현된다.

이 기술은 의학에도 응용된다. NHK는 음향가전·과학장비 전문업체 등과 협업, 4K 3D 수술 촬영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수술에 쓰이는 소형 4K 카메라 헤드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입체적인 수술 장면을 선보인다. 세밀한 부분까지 집도의의 시선을 4K 6명, 8K 3명의 수술 스태프가 동시에 공유할 수 있다. 이달 일본 뇌신경 외과학회 학술총회에도 소개될 예정으로 의학계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일본은 2012년 소니의 세계 최초 8K 카메라 ‘F65’를 시작으로 8K 실감영상 분야에서 일찍이 선도적 입지를 구축했다. 소니는 F65를 이용해 올해 2월과 6월, 미국 슈퍼볼과 브라질 월드컵 8K 촬영·제작에 성공했고, 샤프는 2012년 도쿄 NHK 견학홀에 8K 스크린을 구축했다. F65 개발 책임자인 마에다 가즈요시 소니 시니어 디렉터는 “8K는 당장의 활용보다 이에 기반을 둔 기술을 축적해 응용하는 것이 목표”라며 8K 기술축적에 나서는 배경을 소개했다.

반면에 우리는 8K 논의가 전무한 상황이다. LG전자가 내년 8K TV 출시를 예고했을 뿐 8K의 정책 방향은 찾아볼 수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8K TV 시제품을 공개하며 TV 기술력을 뽐냈지만 콘텐츠 등 생태계를 키울 토양은 척박하다. 60인치 이상 돼야 실감할 수 있어 가정보다 공연장, 종교행사 등 특수 분야에 적합하다는 의견이 간간이 제기될 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10에 8K를 지원키로 하고 디스플레이포트(DP)도 지난달 공개한 1.3버전 성능을 8K 전송이 가능토록 하는 등 세계 업계는 8K를 내다보고 있다”며 “‘4K TV 세계 1등’에 도취하다 ‘2018년 8K 시대’를 선언한 일본에 실감영상 분야를 역전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