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이긴 '휠체어 13년'…박사·취업 두 토끼 잡았다
중학교 시절 교통사고로 1급 장애인이 됐지만 이를 극복하고 학업에 대한 열정을 불태워 박사 학위를 취득한 청년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13일 열리는 한남대 학위수여식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는 김영혁 씨(28·사진)다.

2005년 한남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김씨는 학부 졸업 후 곧바로 2009년 대학원에 진학,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치고 이번에 영예의 박사 학위를 받는다. 김씨는 취업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국가공무원 7급 특채시험에 합격해 12월부터 정부대전청사의 조달청에서 나라장터 운영과 관련된 전산시스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건강하던 그에게 사고가 찾아온 것은 2001년 6월. 대전 대성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씨는 어느 날 밤 횡단보도를 건너는 도중 달려든 승용차에 치였다. 당시 같이 있던 친구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고 11시간의 대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다행히 생명을 잃지는 않았지만 이후 중환자실을 거쳐 일반병실에서 무려 9개월 동안 재활치료의 시간을 보냈다.

재활치료를 받는 동안 학업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따라 병원에서 학교를 통학했고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의사들은 병원에 더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김씨 어머니의 생각은 달랐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동급생들과 같은 학년을 유지하고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홀로서기를 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김씨는 “어머니의 뜻을 따라 이후 충남고에 진학해 친구들과 함께 학업을 이어나갔다”며 “고등학교 3년 내내 어머니는 매일 학업에 지장이 없도록 직접 운전을 해서 등하교시켜주셨다”고 말했다.

한남대 컴퓨터공학과에 함께 진학한 고교 친구 두 명의 도움도 컸다. 이들은 휠체어를 탄 김씨가 강의실을 이동할 때나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도 계속해서 도움을 줬다. 그는 “만약 이 친구들이 곁에 없었다면 공부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항상 곁에서 응원해주고 도움을 준 친구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김씨는 “장애가 없었다면 물론 좋았겠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보낸 시간이 오늘과 같은 기쁜 결과를 낸 것 같다”며 “앞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교육봉사를 통해 희망을 전하는 삶을 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씨의 지도교수인 이재광 한남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남들보다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엄청난 노력으로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쓴 제자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