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마이크] 재난시 유용한 라디오 기능, 스마트폰 CPU서 잠잔다
회로 재설계 부담에 수익 감소 우려
제조·이통사 이해 맞물려 기능 꺼놔
경주 지진 때 스마트폰 2시간 먹통
라디오는 데이터 안 써 수신 가능해
휴대전화에 재난 대비용 라디오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할 수 없나요? 베트남에서 구입한 삼성 휴대전화엔 기본으로 내장돼 데이터 사용 없이 등산이나 조깅 등에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재난 시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불가능한 이유가 무엇인가요?”(mblh****) 지난해 9월 12일 경북 경주시에서 역대 최고 규모(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후 두 시간 동안 전화와 문자는 물론이고 카카오톡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조차 먹통이 됐다. 경주 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유용규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 과장이 사고 당일 기자회견을 통해 “통신 장애에 대해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힌 지 6개월. 지진이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를 대비한 국가 재난방송 시스템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허술한 재난방송 시스템의 중심에는 스마트폰을 둘러싼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대학원의 봉상일씨는 “실제 재난이 발생할 경우 단전이나 데이터 병목현상 등으로 통신망이 두절돼 스마트폰으로 재난정보 수신은 불가능하다”며 “스마트폰의 라디오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신칩 내장 단말기 비율이 88.5%에 육박한 것과 비교하면 라디오 기능을 제조사들이 일부러 살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최원식 변호사는 “라디오 기능을 살리면 제조사는 회로 설계를 다시 해야 하고 통신사는 데이터통신 요금 수입이 줄어들까 우려해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앱으로 라디오를 들으면 데이터통신 요금이 부과되는데 라디오 수신칩을 사용하면 요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라디오 이용자의 숫자가 적어진 데다 지금도 DMB 서비스를 통해 라디오 수신이 가능하다”며 “DMB 기능이 없는 휴대전화의 경우에만 라디오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부 “기능 의무화 땐 무역장벽 오해 우려”
국민안전처는 국가 재난에 대비해 재난 상황을 알려주는 ‘안전 디딤돌’ 서비스와 재난문자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전디딤돌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이용자가 무선 인터넷이나 데이터통신을 이용해 내려받아야만 쓸 수 있어 재난 시엔 한계가 있다. 재난문자 알림은 지난해 9월 부산 지역에 폭우가 내렸을 때 10분 동안 100건이 넘는 문자를 발송해 운영 미숙이란 지적을 받은 바 있다. 3G(3세대) 이동통신 가입자는 재난 문자를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의 라디오 기능을 의무화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사태 이후 자유한국당 배덕광 의원 등은 아예 관련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미래부는 “애플 등 외국 휴대전화 제조사에 대해 라디오 기능 제공을 의무화하는 건 무역장벽으로 오인되기 쉽다”며 “권고사항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민마이크 특별취재팀 peoplemic@peoplem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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