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한국 부패의 기원은 박정희 체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하자 박 대통령 측은 검찰의 수사 결과를 ‘사상누각’이라고 일축했다. 대한민국에서는 허구의 소설같은 일들이 부패라는 이름으로 되풀이 되고 있다. 영국 BBC는 24일(현지시간) 한국 부패의 기원을 먼저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서 찾았다.

BBC는 박 대통령이 삼성, 롯데 LG 등 대기업들에게 자신의 측근 최순실씨가 통제하는 재단에 수백억원을 내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 또는 측근이 연루된 부패 혐의에 지금까지 모든 대통령들이 자유롭지 않다고 전했다.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에 참여한 시민들이 19일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로 일대를 가득 메운 채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정지윤기자

BBC는 일반 사람들은 자리를 맡기 위해 돈이 가득찬 지갑을 두고 갈 정도로 주변에 완전한 신뢰를 갖고 있지만 돈과 권력을 쥔 이들에게서는 부패가 고질처럼 되풀이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보이는 ‘순진할 정도의 정직성’과 ‘최상층의 신뢰할 수 없는 도덕성’의 차이가 어떻게 생긴 것일까.

BBC는 “재계와 정계의 최상위층에서 보이는 부정직함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정부가 역사적으로 경제에서 강력한 역할을 담당해온 한국 사회의 운영 방식에 있다”고 밝혔다. 독재자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재벌들이 경제 부흥의 주역을 맡게 했고 그 과정에서 정경유착이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는 “직권을 이용해 부정한 돈을 얻을 기회는 분명하고 광범위했다”며 “정경유착은 한국의 정치·경제 엘리트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행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경제에서 손을 떼지 않는 한 이런 부패 스캔들은 계속 될 것이라고 봤다.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자가 2012년 12월20일 국립현충원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황경문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잘못된 ‘유교 문화’를 지적했다. 그는 “유교적 가치는 사회 관계에서의 위계만이 아니라 대접을 받았을 때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상호성을 중시한다”며 “이는 일반적으로는 바람직하지만 정치적 영역에서는 관료들이 (기업에 유리한) 결정을 해준 대가로 뭔가를 기대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반대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관리들이 ‘호의’를 갚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뇌물을 주고자 하는 동기가 생긴다고 했다. 정치 권력이 대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결정하고 그 대가로 기업이 정치인에게 돈을 주는 ‘주고받기’는 민주화 이후에도 계속됐다.

BBC는 정경 유착이 여전하지만 희망의 조짐도 있다고 전했다. 검찰이 범법자들을 추적하고, 수십만의 사람들이 부패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김영란 법’과 같은 새로운 법이 도입되고, 그리고 언론이 끈기롭게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 BBC가 언급한 희망의 근거다. 켈리 교수는 “더러움을 닦아내는 일은 어려울 지 모르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BBC “한국 부패의 원인은 박정희의 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