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구의원이 계엄령 선포를 종용했다. 서울 강동구의원이자 자유한국당 서울특별시당 부대변인인 신무연 의원(사진)이다. 3월12일 신 의원은 친박 단체 카톡방에 “(탄핵 인용 직후) 사람이 죽고 다치고 했으니 어차피 기름 화염병을 준비해서 경찰을 향해 던져서 화재가 나고 경찰 다치고 사망자가 속출하고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는 국가의 위기에서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게 하는 명분을 만들 수 있었는데”라고 썼다.

ⓒ신무연 의원 홈페이지 갈무리

신 의원은 “이 톡에서도 좌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라고도 썼다. 말이 씨가 되고 말았다. 의문의 ‘좌빨’에 의해 이 메시지가 유출된 것이다. 언론 보도로 파문이 일자 신 의원은 “굳이 말씀드리자면 탄핵 정국에서 공인으로서 개인적인 생각이 부합되지 않아 순간적인 감정에 신중하지 못한 마음으로, 그 당시의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흥분하여 자제력을 잃고 과격하게 표현한 의견을 가감 없이 전달한 저의 의도와 상관없이 구민 여러분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렸습니다”라는, 난해한 사과문을 냈다. 영혼이 맑은 사람들은 문장력부터 남다른 태가 난다.

그러나 신무연 의원은 ‘의도 없는’ 단순 전달자가 아니다. 1월16일 박사모 카페에 올라온 ‘특검을 분쇄하자!!’라는 게시물에서 신 의원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행주치마 의병대’라는 조직을 홍보하는 이 글에 신무연 의원은 ‘강동 대장 및 서울 남부대장’이란 직책으로 적혀 있다. 행주치마 의병대의 목적은 ‘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만든 경험 세대의 지혜’를 모아 ‘특검을 분쇄하고 저 여의도의 똥개들을 몰아내’는 일이다. 네 글자로 ‘노인 내란’이라고 보면 된다. 이 게시물에는 “박영수 특검 이 인간 정말 총이 있으면 죽이고 싶다”라는 댓글이 달려 있다.

신무연 대장님을 필두로 한 ‘의병대’가 유혈혁명을 부르짖는 반면 현실주의자들도 있다. 문제는 이 현실 인식이 70년 전 미군정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백악관 홈페이지에 몰려가 박근혜 탄핵 반대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청원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국민들에게 부당한 탄핵을 알리려 한다”라는 요지의 글이 영문으로 적혔다. 백악관이 청원을 검토하려면 서명 10만 개가 필요하지만, 영문과 디지털의 장벽 앞에 무릎 꿇은 회원들 탓에 어려워 보인다. 한 박사모 회원은 “하다가 때려치워부렀다. 안 되는 기라. 해도 해도”라고 탄식했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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