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임대주택 사업자인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77)이 6일 임대주택 분양가를 부풀리고 수백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벌 총수로는 첫 구속이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이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주요 혐의사실 중 상당부분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이 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회장은 ㈜부영, 부영주택, 동광주택 등 부영그룹 계열사들이 임대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실제 들어간 공사비보다 높은 국토교통비 고시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해 약 1조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는 데 관여한 혐의(임대주택법 위반)를 받고 있다. 또 부인 명의 회사를 계열사 거래에 끼워 넣어 100억원대 자금을 챙기고, 매제에게 200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지급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조카가 운영하는 하도급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려고 다른 협력협체에 고가에 입찰하라고 압력을 넣은 혐의(입찰방해)도 받는다. 검찰은 이 회장이 계열사가 모두 비상장인 부영그룹을 사실상 1인 기업으로 운영하면서 이같은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심문에서 이 회장이 주요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구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이 2004년 횡령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 부영 주식을 회사에 반환키로 약정했다가 2008년 집행유예가 되자 이행하지 않은 점도 부각했다. 이 회장 측은 심문에서 고령인 점 등을 호소했지만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